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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던 나의 하루, 그리고 삶을 바꾸기로 한 날

by seohyun56 2025. 8. 13.

30살 제빵사의 ‘퇴사 선언문’ – 그리고 그 뒤


 

새벽 4시, 빵 냄새보다 진하게 스며든 퇴사 생각

새벽 4시, 휴대폰 알람이 울립니다. 몸은 반사적으로 주방으로 향하지만, 마음은 이불 속으로 파고들고 싶을 뿐이죠. 오븐이 예열되며 퍼지는 고소한 냄새조차 이제는 설렘보다 ‘오늘도 또 시작이구나’ 하는 무거운 현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9년간 제빵사로 일해오면서, 제 하루는 마치 같은 모양의 식빵처럼 찍혀 나왔습니다. 반죽을 치대고, 크림을 짜고, 빵을 굽는 일상. 변화라고는 계절 메뉴가 바뀌는 것뿐이었죠. 그렇게 버티던 삶이 크게 흔들린 건, 유주가 태어난 뒤였습니다.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오니 아이가 자라는 걸 제대로 보지 못했고, 주말에도 체력은 바닥이라 놀아줄 힘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유주가 “엄마”라는 말을 저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먼저 했다는 걸 듣고 멍해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물론 빵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만 하게 되면, 그 열정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더군요. 예전엔 완벽한 크루아상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걸 하루에 몇 개나 만들어야 하나”라는 계산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엔 ‘퇴사’라는 단어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강도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힘들 때만 떠올렸는데, 점점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 길 끝에 내가 원하는 미래가 있을까?” 답은 점점 명확해졌습니다.

퇴사 버튼을 누르기 전, 나와의 기나긴 씨름

퇴사 결심은 한순간에 내려진 게 아니었습니다. 회사에 사직서를 낸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퇴사 전 몇 달 동안 부업을 시험삼아 시작했습니다. 쿠팡 파트너스, 네이버 블로그 애드센스, 구매대행까지 하나씩 도전하며 ‘내가 회사 없이도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실험했습니다. 첫 수익은 한 달에 5,000원이었지만, 그 작고 소중한 숫자가 저를 앞으로 가게 했습니다.


퇴사 전, 부업으로 가능성을 시험하던 시기

하지만 마음속의 싸움은 치열했습니다. 제빵사로서의 안정적인 월급과 동료들, 그리고 매일 아침 갓 구운 빵을 함께 나누는 순간들을 떠나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특히나 지금의 직장은 한 번 그만두면 돌아오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이 틀 안에서 살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습니다. 퇴사 후의 수익 구조, 생활비, 아이와 함께할 시간까지 세밀하게 계산했습니다. 단순히 “그만두고 싶다”가 아니라 “그만둔 뒤 이렇게 살겠다”로 마인드를 바꾼 거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밤을 책상 앞에서 보냈습니다. 재무 계획을 세우고, 가계부를 뜯어고치고, 노트북 화면에 매출 그래프를 띄워놓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괜찮아, 너 할 수 있어. 네 손으로도 충분히 돈 벌 수 있어.” 그 순간부터 제 마음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를 위한 인생을 굽자’는 결심 말입니다.

퇴사 그 후, 내 인생의 두 번째 오븐을 열다

퇴사 다음 날, 알람 없이 깨어난 아침 햇살은 그동안의 어떤 빵 냄새보다 달콤했습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구매대행 자동화 세팅, 블로그 콘텐츠 제작, 광고 수익 최적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는 게 가장 컸습니다.


퇴사 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일상

물론 현실은 장밋빛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출이 0원인 날도 있었고, 예상보다 지출이 커서 불안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빵사 시절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은 변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옵니다. 그게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죠. 그리고 제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전엔 사업, 오후엔 아이와 산책, 저녁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 ‘회사원’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저는 이제 스스로 시간을 배합하고, 원하는 재료로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저는 퇴사 후 인생이 꼭 빵 굽기와 같다는 걸 배웠습니다. 발효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충분히 기다리면 더 부드럽고 향기로운 결과물이 나옵니다. 지금 제 인생의 두 번째 오븐 속에서, 저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구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빵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작품이 될 거라 믿습니다.